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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이호철 미디어서평

◎ 이름: shin7148 (shin7148@weppy.com)

미디어서평  
올 칠순 소설가 이호철 ‘이산타령…’펴내

1955년 등단,46년간 작품활동을 하며 올해로 칠순을 맞는 소설가 이호철의 다섯번째 소설집 『이산타
령 친족타령』(창작과비평사)이 출간되었다.
이 작가만큼 한국전 및 월남민 이야기와 분단 문제를 일관되게,그리고 다층적으로 이야기한 소설가
는 드물다.32년생인 작가는 고향 원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50년 한국전쟁 때 인민군으로 내려왔다
가 국군 포로가 되었고 고향인근서 풀려나 그해 12월 월남하였다.작가는 특히 지난해 남북정상회동
직후인 8월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의 기록 담당 지원요원으로 방북해 50년 만에 북의 누이동생을 만나
기도 했다.
이번 소설집은 누이동생을 만나기 전까지의 작품들을 묶은 것이다.지난해와 1999년에 씌어진 단편
세 개,91년부터 97년 사이의 세 작품, 그리고 60년대 발표했다가 최근에 개작해 재발표한 작품 등 모
두 9편 이다.이호철은 “이 소설집을 엮기 위해 지난 십여년간 발표한 단편 가운데 쓸만한 것으로 네다
섯 편을 골라 보니,하나같이 남북관계에 맥이 닿아 있었다”면서 “1955년부터 내가 써왔고,앞으로의
여생 동안 혼신으로 써나갈 내 소설의 총량은 ‘탈향에서 귀향에 이르는 도정’으로 압축될 수 있으리라
는,내가 그동안 여러번 했던 언설이 이 작품집부터 쏙 들어맞아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한다(작
가의 말).
독자들은 이 작가가 분단이니 남북관계니 하는 말보다 탈향과 귀향이란 말에 마음을 더 바치고 있다
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포로에다 혈혈 단신으로 월남한 십대(틴에이저) 신세,20여년 후의 간첩 누명
등 작가 자신이 맞은 역사의 유탄을 고집스레 매만지며 끙끙 앓은 모습 대신 비인간적인 역사가 자신
에게 준 우여곡절을 역사를 초월하는 인생 살이의 보편적 궤적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모습으
로 다가온다. 그런 만큼 소설집 안의 최신작 세 편은 40년전의 이호철의 분신인 ‘판문점’이나 ‘닳아지
는 살들’이 자랑하던 팽팽한 절제력과 공격적인 치열함은 찾기 어렵다.대신 자신에게 할당된 고통과
고뇌의 마당을 한번 다 쓸어본 사람의 여유로움이 있다.어떤 독자는 그의 중언부언하고 만연적인 노
인성 어투의 늘어짐에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으나 전쟁 상황이나 이산 문제를 시사적, 평면적으로만
보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깨우쳐 주는 ‘높은 시선과 넓은 마음’이 돋보인다.
단편 ‘비법 불법 합법’에서 독자는 월남한 극우청년단원으로 여러 악행을 했다는 원상사의 남성적이
며,인간적인 전쟁 중 행태에 매혹되곤 한다.나쁘다거나 좋다고 가볍게 양단할 수 없는 이 인물이 내보
이는 역사와 인생 시각에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나머지 두 작품중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가 다소 구
태의연하고 정돈이 덜된 작품인 반면 표제작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이산 스토리도 가슴아프고 스토
리가 담고 있는 정치나 역사를 웃도는 인간성과 인간관계의 함의도 가슴 깊이 와닿는다.

--- 대한매일신문 01/2/5 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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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갈라진 게 누구의 탓이랴

"한살림 통일론"을 주장하는 이호철씨(69)가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 비평사)를 펴냈
다. 신작 단편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아버지초"등 6작품과 1950~1960년대 발표한 "탈각""용암류""타
인의 땅" 세작품이 실려있다. 네번째 소설집 『소슬한 밤의 이야기』이후 10년만에 나온 작품집이다.
1932년 함남 원산 태생인 이씨는 고교시절인 1950년 인민군에 동원됐다. 동란중 국군의 포로가 된 이
씨는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다시 월남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탈향"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이씨
는 단편 "판문점"으로 현대문학상,단편 "닳아지는 살들"로 동인문학상,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
람』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칠순 나이에 펴낸 다섯번째 소설집에서 이씨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표제작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해
방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귀국선에 몸을 실었던 부부 이야기다.
부산으로 가는 배가 꽉 차자 이웃집 여자는 임신한 몸으로 아이를 둘씩 데려가기 힘들 것이라며 부부
의 큰 아이를 데리고 30분 후 떠나는 배를 타겠다고 말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오던 터라 남자는 이웃
집 여자를 믿고 아이를 맡긴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해 찾아보니 아들이 없다.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이웃집 여자는 부부의 큰 아이를 가로채 평양으로 가는 배를 탔던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캐나다 시민권자가 된 노부부는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의 아들을 만난다. 남쪽의
친부모와 북쪽의 길러준 어머니가 함께 한 자리. 아들을 빼돌린 이웃집 여자를 원망하던 친어머니는
북쪽의 여자를 만나는 순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상하이 부둣가에서의 일은 묻지 않는
다. '그깟일은 천천히 들어도 늦지 않아'라고 친어머니는 말한다.
작가는 두 여인이 한순간에 옛날의 우애롭던 관계로 돌아갔음을 상기시키며 사람살이란 이렇듯 단순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씨에 따르면 상하이 부둣가의 일을 꼼꼼히 따지는 태도는 치졸하고 촌스러
운 것이다.
문학평론가 임규찬씨는 소설 중에 '응당 그랬을 것이다'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작가의 삶을 보
는 태도,민족 및 분단 문제를 보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졸음 때문에 작전 명령을 제
대로 수행하지 못한 상급자를 대신해 총살당할 뻔했던 하사관 이야기 '비법 불법 화법' 등이 수록돼있
다.
작가 이호철씨는 "스물네살 때부터 남쪽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46년이 흘렀다"며 "내 소설은 탈향에
서 귀향으로 가는 도정에 있다"고 말했다.
--- 한국경제신문 01/2/6 윤승아 기자

원망이랑 접고 피붙이끼리 안아보자

소설가 이호철씨가 10년 만에 다섯번째 창작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비평사 발행)을 묶어냈
다. 이씨는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6ㆍ25 발발시 고교생으로 인민군으로 동원되었다가 국군 포로
가 되어 월남한지 50년, 이후 『탈향』(1955)으로 문단에 나온지는 46년이 된다. 그의 글쓰기는 그대
로 한국전쟁 이후 50년간의 한국 현대사와 맞물려 있다. 그는 올해로 고희를 맞았다. 이씨는 이즈
음 "나의 소설 쓰기는 탈향(脫鄕)에서 귀향(歸鄕)으로 이어지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
이씨는 지난해 8월 이산가족들의 평양 방문에 동행해 50년 만에 누이동생을 만났다.
『이산타령 친족타령』에 실린 그의 소설들은 이 같은 그의 생의 역정을 반영하듯 전쟁과 분단, 그 틈
바구니에서 살아온 이 땅 사람들의 삶을 누구보다 선열(鮮烈)하게 그려냈다. 이씨의 표현대로 '오만
잡설' 다 제하고 전장의 냉혹한 현실, 그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생짜배기 모습이다.
표제작은 이산으로 인한 우리 가족ㆍ친족관계의 변화를 절묘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1945년 8월 해방
으로 중국땅에서 귀향하게 된 부부가 있다. 귀국선의 북새통 속에서 세 자매를 다 데려오지 못하고 여
섯살 난 큰아들을 이웃에 살아 친하게 지내던 젊은 과수댁에게 맡긴다. 30분 뒤에 연이어 출발하는
배 편으로 돌아올 테니 부산항에서 함께 만나자는 말과 함께. 그러나 아들과는 그것이 영 이별이 되어
버린다. 과수댁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온갖 수소문에도 아들을 찾지 못하고 과수댁을 원망하던
부부는 캐나다로 이민간다. 1970년대 말 해외교포 모국방문단에 끼어 북한을 찾은 부부는 과수댁과
그가 잘 키워 어엿하게 마흔 살의 나이로 성장한 아들을 만난다.
이들의 만남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 장면의 묘사에 이산가족 문제, 나아가 남북문제를 보는 이씨만
의 독특한 시각이 들어있다. "그 참 희한합디다. 내자 쪽에서는 되레 그 과수댁의 입을 한 손으로 막으
려고 들며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 저으면서 '그깐 일은 뒤에 천천히 들어도 늦지 않아요, 늦지 않아'라
며 다짜고짜 와락 얼싸안기부터 하더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두 할망구가 얼싸안고 한바탕 울기부터
하는데, 가만히 보아하니, 저간의 그 아들 찾던 일, 삼십년 간 죽을 둥 살 둥 오직 그 일 한가지로만 노
심초사 갖은 고생을 해 왔던 그런 일은 두 사람 사이에 금방 눈 녹듯이 사라져 있는 것이 아닙니까."
가족들은 그들이 왜 헤어지고 무엇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가 하는 그 원천을 따지기보다는
그저 얼싸안고 우는 것으로 그 사이의 일은 눈 녹듯이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단편들 '비법 합법 불법'과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는 6ㆍ25 전쟁의 와중에서 일어난 삽화들을
통해 '망나니 같은' 한반도에서의 사람살이를 그린 작품이다. 이씨는 '통일은 이렇게 저렇게 이루어져
야 한다'는 식의 뻔한 언설보다는 전쟁 기간에 벌어졌던 상황의 세부 묘사를 통해 역사의 냉혹함과 인
생사의 아이러니를 처절할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드러내 보여준다.
이씨는 오래 전부터 이른바 '한살림 통일론'이라는 것을 주장해 왔다. "형편만큼 한솥밥 먹는 사람들
이 늘어나면 통일의 길은 자연스럽게 온다"는 것이다. 같은 산천에 산다는 따뜻한 인식이 어떤 사회과
학적 인식이나, 정책 담당자들의 눈치보기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그 길
을 보여주는 우리 인간사의 보고서로 읽힌다. 이씨는 요즘 고희 기념 선집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연보
를 새로 쓰며 또 다른 감회에 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누이동생이 살고 있는 원산 송도원 해수욕
장으로 명승지 기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 한국일보 01/2/6 하종오 기자

'그들만의 한국전쟁' 민중의 피눈물을 보았는가
사실 그간 한국전쟁은 남·북한, 미국·소련·중국 등의 국가간의 충돌로 파악되든가, 좌·우익의 이데올로
기충돌, 또는 전쟁사의 측면에서 파악돼왔다. 이른바 거대담론으로서의 한국전쟁은 50년의 세월이 지
난 지금 추상화되고 관념적인 비극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소설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나에게 일어난 한국전쟁』의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그 그림은
애매한 추상화가 아닌 생생한 구상화다. 슬픔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기 전에 먼저 몸으로 다가오는 비
극의 현장이 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실제로 전쟁에 불려나온 이등병에게, 산골의 양민들에게 이 양측의 싸움질은 어떻게 이해되고 있었을
까. 공격과 후퇴를 거듭하는 남·북 양측의 전쟁은 이들에게는 양쪽 군대가 휙휙 지나가며 온갖 패악
을 다 저지르는 얄궂은 싸움이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빨갱이와 국군의 차이가 얼마나 있었
는지 그걸 가려낼 기준이 사실 있기나 했을까 싶은 것이다. 단지 ‘저들의 전쟁’에서 대책없이 다가오
는 피해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야하는 처세술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런 과정을 담아가는 소설은 마치 생생한 다큐멘터리처럼 가슴 아픈 기록으로 다가온다.
작품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앞부분에 실려 있는 세편의 소설. 단편소설 『비법 불법 합법』은 1951
년 5월 향로봉을 점령한 제1기갑연대에서 일어났던 사무착오가 빚어낸 블랙코미디를 담고 있다. 책임
자인 곽소령 대신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우격다짐으로 풀려난 원상사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세월이 지나 우연히 만난 원상사의 다음 독백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또다른 통일관을 대변한
다. “나같은 독종이 우리 대한민국의 오십년의 최저변을 사실상 버티고 왔듯이 지금 북에도 최저변에
서 사실상 버팅겨온 나같은 동류항 독종들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북쪽의 그런 자 하나와 만나 권커
니 잣커니 술이라도 한잔 나누고 싶다. 느네들 좋아하는 그런 잘난 소릴랑 일절 없이….”
두번째 단편소설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는 한국전쟁 당시 인간사냥꾼같은 두 군인의 이야기를 돌
아본다. 북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김병국의 시선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수색임무과정에서 두 군인
이 농사꾼을 총으로 쏘며 왼편사람을 쓰러뜨렸는지 오른편 사람을 쓰러뜨렸는지 내기하는 과정은 전
쟁이란 블랙코미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삽화다.
표제작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해방 당시 상하이에서 귀국선을 타는 과정에서 다음배에 오기로한
큰 아들이 북한으로 가는 바람에 30년 뒤에 다시 만나는 기막히는 과정을 담고 있다. 평론가 임규찬씨
는 이 소설을 “이념형 민중이 아닌 생짜 민중의 형상을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소설이 ‘생짜
민중’의 형상을 통해 들려주는 것은, 그 어떤 전쟁사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생생한 아픔이다.
--- 문화일보 01/2/5 배문성 기자

이론이나 이념보다 삶이 중요하잖아

올해로 칠순을 맞은 이호철씨가 10년 만에 신작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비평사)을 펴
냈다. 지난해 각각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낸 박완서·최일남씨에 이어 다시금 `칠순 현역'의 건재를 과
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단신 월남한 이호철씨는 지난해 8·15 무렵 북한을 방문해 누이동생과 반세
기 만의 재상봉을 연출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가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 등의 작품을 통
해 분단과 통일문제를 천착해 온 것은 이런 개인적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이번 소설집 역시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전쟁과 분단이라는 과거사, 그리고 다가올 통일을 중심에 놓
고 짜여져 있다. “내 소설의 총량은 `탈향에서 귀향에 이르는 도정'으로 압축될 수 있”다는 작가의 말
은 이번 소설집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말처럼 들린다.
수록작품들은 대체로 전쟁으로 인한 개인적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좌우 이념 다툼의 와중에 부
질없이 휩쓸리다 스러져간 사람들, 전장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벌레처럼 죽어간 이들, 사랑하는 가족
과 본의 아니게 헤어져야 했던 이산가족들 등에 작가의 관심은 쏠린다. 수록작 아홉 가운데 셋은 40
여 년 전에 선보였던 것을 손보아 다시 발표한 작품이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최근 1~2년 사이에 쓴
것들이다.
특히 최근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작가가 이론과 이념보다는 삶의 실감을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있
게 평가한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소설에서 지식인 대 민중의 대립구도가 형성되는데, 작가는 예외
없이 민중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단순히 민중을 편드는 정도가 아니라 지식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
과 냉소를 수반하는 것이다. 작가의 논리를 단순화하자면 분단과 전쟁을 초래한 것은 지식인의 `먹물
근성'이고,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중이 느끼는 삶의 실감에 충실해야 한다. 『1991년 초겨울
의 서울 모스크바 평양』이라는 작품에서 주인공은 이렇게까지 단언한다. “분단이란 것이 연구 대상
으로 사회과학화되는 바로 그만큼, 생생한 현실에서는 부웅 뜨면서 멀어지고 있었지요.”
이처럼 실감과 과학, 체험과 이론을 나누어 맞세우는 논법은 소설집 도처에서 목격된다. “(해방이니
광복이니 독립이니 하는)그런 언설들은 대대로 행세깨나 해오던 집안의 필묵깨나 주무르는 잘난 집
안의 잘난 사람들 소관이지”(『사람들 속낸 천야만야』), 일반 민중은 “오만잡설 이전에 백성들 특유
의 날카로운 감각으로”(『비법 불법 합법』) 현명하게 살아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지식인들의 `문자'를 설익고 촌스러우며 위선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한편, 민중의 삶의 실감을
`지혜' 내지는 `반(半)본능'으로 추켜세운다. 그런 태도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지식인들이 `봉건
성'이라 비판하는 태도를 “순종이라는 미덕”(『아버지 초』)으로 높이 평가하기에까지 이른다. “통
일? 그런 건 난 모르오. 인륜의 기본을 어기면서, 통일은 무슨 놈의 통일”(『살』)이라는 발언에서 보
듯 통일과 인륜을 대척적인 지점에 놓는 식의 접근법으로는 합리적인 출구를 마련하기 어렵지 않겠는
가.
--- 한겨레신문 01/2/5 최재봉 기자

원로 이호철씨 다섯번째 소설집

칠순을 맞은 이호철씨가 9편의 중·단편이 실린 다섯번째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비평
사)을 냈다. 이 중 ‘비법 불법 합법’과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각각 지난해와
1999년에 쓴 최근작이다.
나머지 ‘탈각’ ‘용암류’ ‘타인의 땅’ 등은 60년 전후에 발표된 작품을 개작한 것이다. 이씨의 최근작들
도 분단과 이산, 실향의 아픔을 소설에 담아온 이씨의 46년 작품인생의 연장선상에 있다.
표제작은 이산과 재회를 그린 작품으로, 이씨 자신이 함남 원산출신으로 북에 누이동생을 두고 있는
이산가족이어선지 이산과 만남을 그만큼 더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비법 불법 합법’ ‘사람들 속내 천
야만야’는 한 하사관을 주인공으로 전쟁 중에 일어나는 만행 등을 담았다.
오는 3월3일 70회 생일을 맞는 이씨는 하루전인 2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고희기
념 문학선집 출판기념회를 겸한 기념연을 연다.
이 선집은 모두 7권으로 ‘남녘사람 북녘사람’ ‘문’ 등 장편 6편, ‘탈향’ ‘닳아지는 살들’ 등 중·단편 47편
을 모은 5권의 소설집과 이호철 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글을 실은 2권의 평론집이다.
--- 경향신문 01/2/5 윤성노 기자

남과 북, 울면 뭣해

지난해 8월 18일 김포공항. 8.15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평양에서 혈육을 만나고 돌아오는 남측 가족
들에 대한 취재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50년만에 여동생을 만나고 돌아오는 소설가 이호철(李浩
哲.69)씨가 나오자 신문.방송 기자들이 우르르 몰렸다. 원산에서 나 전쟁이 터지자 고등학생으로 인
민군에 동원돼 따발총을 메고 남하하다 국군의 포로가 돼 풀려난 뒤 소설과 온 몸으로 '분단모순시
대' 를 헤쳐온 이씨의 발언과 감회에는 남다른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잘 살아줘서 고맙구나. 우리 절대 울지는 말자. 서로의 지금 이 처지를 인정하도록 하자. " 이씨는 자
꾸 울먹이려는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1955년 문학예술지에 「탈향」이 추천돼 문단에 나온 이래 『판문점』『남풍북풍』『남녘사람 북녘
사람』 등 제목이 말해주듯 이씨는 한국전쟁과 분단, 실향과 이산의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 '분단소설
사' 를 열어왔다.
올해 우리 나이로 칠순을 맞는 그가 최근 신작 소설집『이산타령 친족타령』을 펴냈다. 이 소설집에
실린 9편의 중.단편 역시 분단과 이산 체험을 생생하게 전하며 이제 고향 상실이나 이념 갈등 차원이
아니라 "서로의 처지를 인정하도록 하자" 는 대주제로 모이고 있어 이씨 분단소설의 한 결정판으로 읽
힌다.
"지난 오십년간 남북 공히, 우리 모두가, 그 '전쟁의 틀' 이라는 규격에 알게 모르게 맞춰져서 살아왔
던 것이 아닐까. (중략)우리 모두가 그 절대규격에 길들여지다 못해 어느 한쪽은 완전히 마비상태로
떨어졌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오십년 전에 이 땅에서 벌어졌던 그 전쟁현장, 다시 말해 전장의 생
생한 실상, 그 전쟁 중에 일반민중이 처해 있던 실제 정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
소설집 첫 작품으로 올린 「비법 불법 합법」 에서 작중 화자(話者)인 변호사의 이같은 말처럼 작가
는 우선 전쟁의 생생한 한 장면을 보여준다.
며칠간 계속된 중부전선 고지탈환 전투에서 시급한 작전명령을 그만 졸음에 쫓겨 잃어버린 장교의 죄
를 뒤집어쓰고 군법회의에서 총살형을 당할뻔한 한 하사관. 서북청년단으로 활동하며 빼어난 '활약'
을 보였던 그는 그 연줄로 하여 극적으로 구출되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개된다.
전쟁후 비법.불법으로 공사현장을 전전하며 살아남은 그 하사관은 50년만에 다시 만난 부하 통신병이
었던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같은 이런 독종이 우리 대한민국 오십여년의 최저변을 사실상으로 버티고 왔듯이, 지금 북에도 북
세상을 최저변에서 사실상 버팅겨온 나같은 동류항 독종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지금 내 심정은 북쪽
의 그런 자 하나와 만나, 권커니 잣거니 술이라도 한잔 나누고 싶다, 이것이다. 느그네들 좋아하는 그
런 잘난 소리랑 일절 없이..."
체제나 이데올로기 통합 등 '먹물들의 잘난 소리' 가 아니라 잡초같이 살아낸 남북 민중들의 그 생존
본능적 측면이 서로 생생하게 통할 때 비로소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표제작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이산의 원망과 재회의 화해를 다루고 있다. 중국에서 해방을 맞아
귀국하는 북새통 속에서 이웃 과수댁에게 맡긴 큰아들을 잃어버린 부부. 애 못 낳는 과수댁이 일부러
아들을 데리고 사라졌을 것이라 한없이 원망하며 수소문하던 부부는 북한에 그녀와 아들이 살아있음
을 알고 상봉한다. 교수로 잘 큰 아들과 그렇게 뒷바라지한 과수댁과 봄눈 녹듯 화해하며.
이와 같이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전쟁과 이산. 통일을 관념이나 이념.당위적으로 설파하려 하지
않고 생생한 이야기로, 무엇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이런 생생한 이야기 속에서 통일을 향한 구체
적인 교감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01/2/3 이경철 기자






***** 남명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8-2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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